벌교 짱뚱어 전골

벌교 짱뚱어 전골

벌교 짱뚱어 전골

들기름을 짜기 위해 방앗간에 들렀다가 기다리는 동안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이 보성 벌교읍 호동리의 한 식당이었다.
방앗간 집 아들이 두무포를 추천할 때는 호동리에 속하는지 몰랐다.
순천 갯벌과 경계에 있는 벌교 호동리는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을 추진하면서 여러 번 들른 마을이다.
몇 년 전에는 전라남도가 짱뚱어 어족 자원 관리를 위해 치어를 방류하기도 한 곳이다.
여행객은 벌교 하면 ‘꼬막 정식’을 떠올리겠지만, 주민들이 사랑하는 음식은 ‘짱뚱어탕’이다.
벌교 바닷가 사람들은 겨울에는 꼬막을 캐고, 여름과 가을에는 짱뚱어를 잡았다.
예전 같으면 겨울잠에 들어가야 할 시간인데,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아직도 갯벌에서 뒹구는 짱뚱어 모습을 볼 수 있다.

벌교 짱뚱어 전골

벌교 짱뚱어 전골

짱뚱어는 훌치기 낚시로 잡는다.
낚싯바늘 여러 개를 갈고리처럼 묶어 몸통을 걸어 낚아채 잡는 어법이다.
이 어법으로는 숭어와 짱뚱어를 즐겨 잡는다.
숭어는 수면에 떼로 이동할 때 훌치기 낚시를 던져 잡지만, 짱뚱어는 갯벌에서 목표로 정한 짱뚱어를 정확하게 걸어 잡는다.
더구나 짱뚱어잡이 훌치기 낚시는 낚싯대와 줄 길이가 7m 이상 되고, 뻘배를 타고 낚아채야 한다.
그래서 몇 년은 숙련해야 훌치기 낚시로 짱뚱어를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짱뚱어를 잡는 지역으로 여자만 보성·순천 갯벌, 강진 갯벌, 신안 지도 갯벌, 증도 갯벌 등이 있다.
그중 보성·순천 갯벌이 활발하다.
짱뚱어는 11월부터 4월까지 겨울잠을 자기 위해 초가을에 에너지를 비축한다.
이즈음에 벌교 사람들은 가을걷이를 마치고 쇠해진 몸을 다스리기 위해 짱뚱어탕을 즐겼다.
그래서 여름부터 가을까지 벌교시장에는 짱뚱어를 파는 사람이 제법 있다.

벌교시장에 나온 훌치기낚시로 잡은 짱뚱어

벌교시장에 나온 훌치기낚시로 잡은 짱뚱어

호동리 한 식당에서 짱뚱어탕 대신에 전골을 주문했다.
짱뚱어를 갈아서 끓이는 탕은 여러 차례 맛을 보았다.
주인이 직접 짱뚱어를 잡는다는 말에 통째로 끓이는 전골이 궁금했다.
냄비에 담긴 짱뚱어가 당장이라도 튀어오를 듯하다.
된장을 풀고 양념을 더했다.
아내는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 으뜸이라고 했다.
짱뚱어가 신선했지만, 가을에 맞게 배추·시래기와 호박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호동리는 일출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벌교 호동리 일출

벌교 호동리 일출

종묘, 이 정부 美感은 왜 이리 촌스러운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묘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오른쪽)이 서울시 종묘 앞 개발과 관련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세운 상가 지역 주민들이 개발 추진을 촉구하며 항의하고 있다.<BR> /장련성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묘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오른쪽)이 서울시 종묘 앞 개발과 관련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세운 상가 지역 주민들이 개발 추진을 촉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광화문·뷰] 종묘, 이 정부 美感은 왜 이리 촌스러운가

‘목걸이’ 작가 모파상은 에펠탑이 완공됐을 때 내부 레스토랑에서 매일 점심을 먹었다.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파리 시내에서 이 흉측한 탑을 직접 볼 필요가 없는 유일한 장소라는 이유였다.
1889년 만국박람회를 준비하며 에펠탑을 지을 때, 그는 격렬히 반대했다.
고전적인 파리의 미를 망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0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우리는 알고 있다.
에펠탑은 파리를 넘어 프랑스의 자부심이라는 것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BR> /남강호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남강호 기자

◇[김대중 칼럼] 사법(司法) 허물기와 내란몰이의 한계

이재명 정권이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법 체제 허물기, 다른 하나는 내란 몰이다.
사법 체제 허물기는 이 대통령이 걸려 있는 형사사건을 아예 뭉개버려 그에 대한 사법 처리가 현직은 물론 퇴임 후에도 불가능하게 하려는 것이고, 내란 몰이는 이 나라 보수 세력의 맥을 끊어 좌파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정권은 이 두 가지 과제를 좌파 세력의 기(氣)가 살아 있고 대선 승리의 여운이 남아 있는 정권 교체 초기에 만사 제쳐두고 몰아붙이고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김진영의 자작나무 숲] ‘애수의 하얼빈’을 찾아서

안중근 의사도, 731부대도, 곧 다가올 한겨울 빙등 축제도 아니다.
식민지 시대의 낭만 도시 얘기다.

“벌써 십 몇 년의 세월이 흘렀던가. 아침저녁으로 만나면 투르게네프니 체호프니 도스토옙스키니 또 누구누구 하며 러시아 문학에 심취하여, 서로 이야기가 끝날 줄을 모르던 그때의 우리. 우랄산 저편의 모스크바는 몰라도 ‘극동의 모스크바’라는 하얼빈만이라도 보고 싶다고 노상 입에 거품을 물고 뒤떠들던 그때의 우리. 형과 같이 하얼빈의 러시아 거리로, 달밤의 쑹화강 변으로 또 카바레로 끽다점으로 발 가는 대로 산책하며 러시아적 이국 정취를 어느 정도까지 맛볼 수 있는 것은 또한 유쾌했다.
당년의 로맨티시즘이 흘렀던 것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문지혁의 슬기로운 문학생활] ‘폭풍의 언덕’과 가을 냄새

냄새란 참 강력해서, 평소에는 생각도 하지 않던 순간을 갑자기 꺼내어 눈앞에 펼쳐준다.
이를테면 이즈음 거리를 걷다가 문득 맡는 어떤 가을의 냄새. 나뭇잎이 타는 것 같기도 하고, 겨울을 대비하는 땅의 결심 같기도 한 그 단호하고 조금은 쓸쓸한 냄새는 나에게 언제나 소설 한 편을 떠올리게 한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드론을 띄워 담아낸 풍경. /장련성 기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드론을 띄워 담아낸 풍경. /장련성 기자

◇[신문 속 작은 창문] 다시 닫힐 청와대 하늘길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하늘 높이 드론을 띄웠다.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경복궁과 단풍으로 갈아입은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을 햇살을 받은 청와대 기와도 더 푸르게 빛났다.
1964년부터 비행금지구역이던 청와대 인근 상공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뒤 사전 승인을 받으면 누구나 드론을 날릴 수 있었다.

'無현수막 도시'를 위하여

정당 현수막은
과장·왜곡·조작·혐오 등
현수막 과잉 사회의 주범

'거리는 모두의 것'이며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

경기 수원시의 한 도로변에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BR>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현수막 사이로 한 군소 정당이 이재명 대통령 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관련 현수막을 걸어놨다.<BR>

경기 수원시의 한 도로변에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현수막 사이로 한 군소 정당이 이재명 대통령 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관련 현수막을 걸어놨다.

정치권에서 현수막 논쟁이 뜨겁다.
지난봄 모 정당이 중국과 중국인을 비난하는 문구나 부정선거 음모론을 담은 현수막을 전국적으로 게시하면서 본격화된 사안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집권 여당 쪽에서는 이를 ‘혐오 현수막’이라 부르면서 극우 딱지를 붙였다.
특히 혐중(嫌中) ‘인종 차별’ 부분은 통상적인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사자들은 ‘애국 현수막’이라며 반발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당은 지난 9월, ‘정당 현수막’의 게시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국회의원을 보유한 정당’이나 ‘직전 전국 단위 선거에서 1% 이상 득표한 정당’만 현수막을 걸 수 있게 함으로써 이른바 군소 정당들의 허위·불법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다.
급기야 이 대통령은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정당 현수막 규제를 위한 법 개정을 직접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야당 쪽에서는 최근 늘어난 김현지 대통령 부속실장과 관련한 현수막 때문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정당 현수막은 문제투성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정당 활동 보장’이라는 정당 현수막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
사실을 과장·왜곡·조작하는 정보가 넘쳐 날 뿐 아니라 저질스럽고 역겨운 문구 또한 예사로 등장한다.
정당과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구당 총책 등의 성과 보고나 정책 제안 중에도 시시콜콜하고 자질구레한 내용이 더 많다.
정당 현수막이 명절 인사나 수능 응원을 하는 모습도 마뜩잖기는 마찬가지다.
거기에 국민 세금으로 개인의 얼굴까지 큼지막이 넣는 몰염치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잖아도 대한민국은 세계 굴지의 플래카드 나라다.
동원형 소통 문화의 전통과 과시성 행정 문화에다가 인구 밀도가 높고 보행자 통행량이 많은 까닭이다.
그 결과, 차로나 로터리, 횡단보도, 지하철 출입구 등 온 천지를 현수막이 뒤덮고 말았다.
1992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정으로 ‘현수막 공해’에 나름 대처해 오긴 했다.
그러다가 2022년 민주당 주도로 정당 현수막은 옥외 광고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당명, 연락처, 게재 기간 등만 기재하면 최대 15일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당대표가 이 대통령이었고,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도 찬성했다.

시나브로 정당 현수막은 현수막 과잉 사회의 주범이 되어 있다.
뒤늦게나마 정부 여당이 그 개선책을 찾아 나선 것 자체는 반갑다.
하지만 그 목적이 현수막을 허위나 비방, 혐오 표현으로부터 지키는 차원이라면 아직도 사안의 본질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한 처사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현수막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혐오 현수막을 달지 말자’는 정당 현수막을 실제로 보면서 느끼는 배신감이나 허탈감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문제의 핵심은 정당 현수막이 아닌 현수막 그 자체다.
우선 현수막은 다분히 반환경적이고 반생태적이다.
연간 3만~4만t에 이르는 폐(廢)현수막은 환경부가 재활용 통계에 포함하지 않을 정도로 그냥 쓰레기 신세다.
현수막은 또한 도시 조류의 비행이나 서식을 방해하기도 한다.
현수막이 대량 혹은 연속적으로 설치되어 있을 경우 새들의 눈에는 인공 장벽으로 보이기 일쑤이며, 특히 바람에 흔들릴 때는 위협 요소로 인식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결정적인 것은 도시 경관에 입히는 상처다.
선진국 글로벌 도시일수록 현수막은 아예 없거나 거의 없다.
‘거리는 모두의 것’이라는 기치 아래 도시의 외관을 공공재로 간주하는 그곳에서는 불필요하거나 불쾌한 시각적 자극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기본적으로 크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을 권리’ 관념이 일찍이 뿌리내린 것이다.
파리나 베를린에서 거리 현수막은 원천적으로 불법이다.
뉴욕에는 디지털 전광판이나 공공 디자인 패널만 존재한다.
도쿄나 교토 등지에서도 우리와 같은 천 현수막은 도무지 찾기 어렵다.
‘무(無)현수막 도시’가 세계적 표준이고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도시 공간에 대한 미적 감수성이나 공적 마인드가 너무나 저조하다.
걸핏하면 출장이나 답사 명분으로 해외 유명 도시를 찾아가는데, 그때마다 그들은 길거리를 눈 감고 다니는 모양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한국적 현실은 이 문제에 대한 건축이나 도시 계획, 도시 설계, 조경 등 도시 미관 관련 학회 및 전문가들의 집단적 침묵이다.
모쪼록 프로젝트를 매개로 이래저래 정치권과 잘 지낼 수밖에 없는 관변 지식인 사회의 비겁한 일면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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