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두 권력의 부동산 해법은 왜 충돌하는가.
같은 목표를 둔 두 전략의 간극을 데이터와 현장 논리로 해부한다.
공급 절벽이라는 진단에는 이견이 없다. 2022~2024년 인허가·착공 급감으로 2026~2028년 입주 물량 공백이 예견된 상황에서, 연간 30만호 이상 공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공급은 이념이 아니라 수학이다. 문제는 30만호를 찍는 방법이 아니라, 30만호가 시장에서 ‘믿을 만한 숫자’로 인식되느냐에 있다.
실거주 중심, 투기 억제, 공공의 역할 확대. 싱가포르 모델을 참조한 장기 공공임대와 보유세 정상화를 통해 주택을 ‘거주재’로 재정립하려는 시도다.
정부는 공공이 토지를 확보·개발해 분양가 상한제와 장기 모기지 결합 모델을 검토 중이다. 핵심은 ‘보유세는 낮다’는 대통령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 세제 정상화다. 7월 세제개편안에서 다주택자·법인 보유세 강화와 실거주 1주택자 세부담 완화를 병행하는 투트랙이 예고됐다. 이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수요를 억제하고 장기 보유·실거주를 유도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소득기준을 기존 7,630만원에서 9,390만원으로 완화하고, LTV/DSR을 생애최초·신혼부부에 한해 차등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 문턱도 추가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는 “대출을 막아 집값을 잡겠다”는 이전 기조에서 “실수요는 풀고 투기는 조인다”로 선회한 신호다. 2022~2024년 공급절벽을 공공이 메우겠다는 의지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규제가 공급을 막는다는 논리. 법적 상한 용적률 120% 확대, 임대 의무비율 완화, 준공업지역 400%까지. 민간이 돈 벌 수 있어야 집이 늘어난다는 시장 친화적 접근이다.
현재 서울 재건축 단지의 평균 사업성은 공사비 폭등으로 3년 전 대비 38% 하락했다. 오 시장의 논리는 단순하다. 용적률을 풀어 일반분양을 늘려야 조합원 분담금이 줄고, 그래야 사업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LTV 완화와 종부세 합산 배제는 ‘전세를 기업이 공급’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정부가 전세를 공공이 책임지기 어렵다면 민간 자본을 활용하자는 현실론이다.
오 시장 측이 지적하는 바는 명확하다. 보유세·종부세 중과 이후 서울 아파트 증여가 2.4배 늘고 전월세 매물은 줄었다는 것이다. 세금이 수요를 억제한 것이 아니라 공급을 잠그고 거래를 얼렸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전문가 시각에서 세금 완화가 곧바로 공급으로 이어진 전례는 드물다. 세금은 기대심리에 작용하고, 공급은 사업성에 반응한다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그린벨트, 용산공원, 세제. 세 곳에서 두 권력의 철학이 정면 충돌한다.
정부는 서초 내곡·염곡 일대 2만호, 고양 대곡 9,400가구 등 수도권 5만호 공급을 발표했다. 서초 그린벨트 해제는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오 시장은 도심 내 무리한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이며, 환경 훼손과 교통 대란을 우려한다. 더 중요한 쟁점은 속도다. 그린벨트 해제는 지구지정부터 분양까지 평균 7년이 소요된다. 2026년 발표한 5만호는 입주 시점이 2033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 공급 절벽을 메우는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
용산 미군기지 반환부지 활용을 두고 정부는 주택 일부 공급을 검토했지만, 오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칙을 언급하며 지상 건물 건립에 반대했다. '용산공원은 국가공원으로서의 원형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이 지점은 단순한 공급 논쟁을 넘어 도시 철학의 충돌이다. 주택으로 쓰면 1만호가 나오지만,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공원을 잃는 대가를 치른다. 이재명 정부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 공급 숫자와 도시 자산 중 무엇이 더 장기적 표가 되는가.
이재명 정부는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를 통해 장기 보유를 유도하려 하고, 오 시장은 보유세 완화를 통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려 한다. 두 정책 모두 일리는 있으나, 타이밍이 문제다. 보유세를 올리면 단기적으로 증여·버티기가 늘고, 보유세를 내리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거두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거래세다. 취득세·양도세 중과 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보유세만으로는 매물이 돌지 않는다. 결국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만지는 패키지 개편이 필요하지만,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카드다.
공공은 10만호 장기임대·공공분양으로 바닥을 깔고, 민간은 용적률 120% 인센티브를 ‘공공기여 분양가’와 연계해 속도를 낸다. 공공이 방향키, 민간이 엔진이다.
보유세는 실거주 1주택 9억 이하 완화, 다주택·법인 강화로 가되, 취득세·양도세 중과는 2년 한시 완화해 매물 잠김을 푼다. 보유세만 올리면 거래가 죽는다.
서초 2만호처럼 교통·환경 영향 적은 곳은 해제하되, 동시에 역세권 준공업지역 400%와 용적률 이양제(이전)를 병행해 도심 밀도를 높인다. 수평 확장과 수직 고밀화를 함께 가야 한다.
청년·신혼 첫 주택은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매입 시 다주택 중과에서 제외하고, 신생아특례 LTV 80%·DSR 40% 완화를 상시화한다. 월세 살다 청약만 기다리는 구조를 끊어야 한다.
인허가 패스트트랙(100일), 표준 공사비 연동 분양가 상한, 그리고 분기별 공급 대시보드 공개. 시장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로 움직인다. 공급 약속을 숫자가 아닌 달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하이브리드의 핵심은 ‘누가 더 옳은가’가 아니라 ‘어느 순서로 섞는가’다. 단기는 민간의 속도로 절벽을 메우고, 중장기는 공공의 신뢰로 바닥을 다져야 한다. 세제는 한 번에 가지 말고 2단계 로드맵으로 가야 시장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