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것 같지만 지혜롭지는 않은 사람들

똑똑한 것 같지만 지혜롭지는 않은 사람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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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 대해 '똑똑하지만 지혜롭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눈치가 빠르고 자신의 이익을 매우 잘 챙기지만 장기적인 비전이 없다거나, 단기적으로는 이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해로울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볼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또 어떤 학생이 매우 정교해서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는 컨닝 방법을 고안했다고 해보자.

물론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성적을 크게 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만 이 방법이 장기적으로도 삶에 도움이 되는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학교나 직장 등에서 주변 사람들과 오래도록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반면 사람들을 이용하고 뒤통수를 쳐 자신만 돋보이게 하는 것은 보다 쉬운 생존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장기적으로 삶에 도움이 되는 지혜로운 선택일지는 의문이다.
반대로 엄청 똑똑한 것 같지는 않지만 대체로 지혜롭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 자기만 생각하기보다 주변 사람들도 챙겨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든가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해서 책임감 있고 꾸준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그러하다.
또한 사람들과 갈등이 있을 때 서로의 입장 차이와 자신과 다른 주장에서도 일리가 있는 부분들을 수용하고 조금씩 양보해서 모두에게 더 좋은 결말을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된다.
실제로 연구들에 의하면 우리가 흔히 지식의 정확성이나 지능이라고 하는, 정신 능력의 기술적 측면과 삶의 '지혜'라고 부르는 특성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혜에는 자기 말을 잘 하는 것 외에도 타인의 말을 들을 줄 아는 능력, 어떤 선택의 단기적인 결과와 장기적인 결과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 자기 성찰, 책에서 배운 것을 삶의 현장으로 옮겨 적용할 수 있는 능력, 서로 다른 주체들(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조직 등)이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보일 수 있음을 인지하는 능력 등이 포함된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가벼워 보이는 갈등에도 개인적, 사회적, 역사적 차원의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아는 것, 자기가 가진 지식의 한계를 아는 것, 자신에게 좋은 것이 타인에게도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우리 삶은 항상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고 현 상황도 언제든지 크게 바뀔 수 있음을 아는 것 등 일일이 열거하기 바쁜 많은 특성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고르 그로스만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자 등에 의하면 다양한 특성들을 종합해본 결과 지혜는 크게 다음의 네 가지 특성들로 구성되어 있다.

1) 지적 겸손 또는 자신의 지적 한계를 아는 것
2) 당장 겉으로 보이는 현상 이면의 사연이나 내막, 서로 다른 관점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것
3) 불확실성과 변화를 고려할 줄 아는 것
4) 서로 다른 관점을 종합해서 보다 나은 결론 또는 제3의 길을 생각할 줄 아는 것이 그것들이다.
예를 들어 어느 가정에 가족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세 형제 A, B, C 중 C가 총대를 매고 자비로 일을 진행한 후 나머지 형제들에게도 얼마 정도 비용을 분담하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형제 중 한 명의 배우자가 이야기를 전달한 상황). 이 이야기를 듣고,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1) 지적 겸손
a. 낮음: 언뜻 들은 짧은 이야기가 사건의 전부라고 생각(나머지 사람들은 결국 C가 하자는 대로 하거나 아니면 그렇게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
b.
 높음: 형제들이 각각 어떤 성격인지 전체 비용이 얼마인지 등 다른 중요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

2) 사건의 이면이나 숨겨진 내막에 대한 고려
a 낮음: 행태를 보아하니 C를 제외한 나머지 형제들은 가족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결론짓기
b.
 높음: 각자가 생각하는 문제 해결 방법이 달랐을 수 있고 (또는 사람에 따라 아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C에 비해 다른 형제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생각

3) 불확실성과 변화에 대한 고려
a. 낮음: A와 B가 비용을 분담할 의지가 있었다면 진작에 그렇게 했을 것이므로 C 혼자 다 뒤집어 쓰고 끝날 것이고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고 생각b. 높음: 나머지 형제들이 다른 가족들(자신들의 배우자)에게는 알리지 않고 조용히 비용을 분담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C도 처음부터 본인이 책임지려는 마음이 컸어서 다른 형제들이 분담하지 않아도 관계는 나빠지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하는 등, 사건이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고려.

4)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의 해결책 제시
a. 낮음: 형제들끼리 싸우고 뿔뿔이 흩어질 것임
b.
 높음: C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조금 다른 시기와 방법으로 나머지 형제들이 기여하는 방법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지혜로운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각 항목에서 대체로 전자(a)보다 후자(b)의 사고방식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적게 말하고 많이 듣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성인 것 같기도 하다.
(남의) 말하기를 좋아하고 타인을 쉽게 판단하며 자신의 기준만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들보다는 말을 조심하고 타인을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으며 자신을 높이는데 급급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체로 위와 같은 특성을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을 쉽게 몇 가지 타입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시도들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생각해본다.
또한 모두가 겉으로 보이는 멋짐을 전시하고 소비하기에 바쁜 세상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얼마나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런 한편 적게 판단하고 많이 듣는 작은 행동으로도 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니 생각보다 인생 잘 사는 것이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Grossmann, I. (2017). Wisdom in context.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2(2), 233-257.
※필자소개 박진영
.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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