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리더들이 미술관에 가는 이유


성공한 리더들이 미술관에 가는 이유


1917년 4월9일, 제1회 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가 열린 뉴욕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스물아홉 살 젊은 예술가였던 프랑스의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이 남성용 소변기를 뒤집어놓고는 <Fountain(샘)>이라는 작품명과 ‘R. Matt(리처드 매트)’라는 작가 이름을 달아 출품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직접 만든 게 아니라, 친구들과 맨해튼 거리를 걷다가 화장실용품점 쇼룸에서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이게 무슨 예술이냐며 황당해했고, 전시장 바깥으로 치워버렸습니다.
 

그때만 해도 “예술이란 예술가의 손을 거쳐 만들어져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는데, 뒤샹은 이 통념에 도전했습니다.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사물을 보면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일 수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었습니다.
이후 16점의 복제품이 제작돼 런던의 테이트모던과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에 전시돼 있습니다.
<샘>은 2004년 500명의 유명 작가 및 미술사가(史家)들에 의해 ‘20세기 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선정됐습니다.
 

도쿄예술대학의 아키모토 유지(秋本雄史) 명예교수는 최근 번역 출간된 책 <왜 성공한 리더들은 아무리 바빠도 미술관에 가는가(센시오 펴냄, 원제: アート思考)>에서 “현대미술은 당연하게 여겨온 상식을 의심하게 만들며, 세계적인 리더들은 현대미술이 던지는 낯선 질문을 통해 혁신적 사고가 촉발된다고 말합니다.
“비즈니스 세계는 숫자와 데이터 중심이지만, 미술 작품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사유하게 된다.
이 순간, 리더는 평소 잊고 지내던 자기 성찰과 직관을 되찾게 된다.
 

아키모토 교수는 리더를 ‘광산의 카나리아’에 비유합니다.
보이지 않는 가스를 먼저 감지해 광부들을 살려내는 카나리아처럼, 리더는 변화의 조짐을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술관이 그 촉각을 기르는 훈련장이랍니다.
“비즈니스의 혁신도 ‘상식으로부터 일탈하는 행위’에 의해 창출되는 것이 아닐까?“
 

예술이 비즈니스와의 협업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뤄낸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BMW는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에서 미래형 자율주행차 디자인의 실마리를 얻었고, 명품 기업 로에베는 전통 공예의 감성을 현대 소비자에게 통하는 브랜드 언어로 재해석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자동차가 사람에게 말을 거는’ 개념을 디자인에 도입했다.
 

예술, 그 중에서도 현대미술이 특별한 것은 ‘귀납적 사고’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하나하나의 체험을 단서로 삼아 눈앞에 있는 문제를 분석·해결하는 귀납적 사고는 과거라는 한정된 조건 속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문제를 파악하는 방식 자체가 협소해진다.
과거의 체험이나 상식을 보류하고 눈앞의 문제를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이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임스 터렐은 “아티스트는 답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아키모토 교수는 이 말을 인용하며 “앞으로 필요한 것은 해답보다 질문을 던지는 통찰력과 독창적 시각이라고 강조합니다.
“마켓이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며, 모든 면에서 혁신성이 요구된다.
스포츠에 비유하면 기존의 전통적 스포츠가 아니라 새로운 규칙의 새로운 종목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경제사회연구원 이사

이학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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