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식(茶食)이란 무엇인가요?
다식판(茶食板)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처
다식(茶食)이란 쌀 · 밤 · 콩 등의 곡물을 가루 내어 꿀 또는 조청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서 글자 · 기하문양 · 꽃문양 등이 양각으로 나타나게 만든 음식이다.
의례상(儀禮床)에 놓는 필수 과정류(菓飣類)의 하나이다.
다식이 언제부터 있어 왔는지는 잘 알 수 없다.
『목은집』(牧隱集)에 팔관회(八關會)에 썼던 다식의 맛이 연하고 좋았다는 시가 있다.
그러므로 고려에서 연례용(宴禮用) 음식으로 썼음을 알 수 있다.
다식의 어의(語義)에 관하여 『성호사설』 거여밀이조(粔籹蜜餌條 : 유밀과에 관한 조항)에서는 “차는 본디 물에 달여 마셨다.
그런데 송대(宋代)에는 차 잎을 쪄서 일정한 무늬를 가진 틀에 박아 고압(高壓)으로 쪄내어 다병(茶餠)을 만들게 되었다.
이것을 말려두었다가 제사 때는 가루로 만들어 사발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서 대나무솔로 휘저어 마신다.
이것이 점다(點茶)이다.
그러던 것이 점차 차 대신에 곡물에 꿀을 섞어서 반죽하여 다병을 만들듯이 다식판에
박아 내어서 제수로 쓰게 되었다.
그래서 이름만 다식으로 남아 있고 실물은 바뀌었다.
라고 하였다.
다식은 중국의 단차형말차(團茶形末茶)를 모방하여 우리의 식품으로 만든 것이다.
다식은 조선시대 제례나 혼례의
큰상차림에서 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다식에는 쌀다식 · 송화다식 · 밤다식 · 검은깨다식 · 잡과다식 등이 있다.
쌀다식은
찹쌀을 쪄서 말린 다음 볶아서 고운 가루로 빻아 소금과 꿀 또는 조청을 넣어 만든 것이다.
송화다식은 봄철의 소나무에 피는 송화를 말려두었다가 꿀 또는 조청에 반죽하여 만든 것이다.
밤다식은 삶은 밤을 속껍질까지 벗겨 곱게 찧는다.
그 다음에 이것에 계피가루 · 유자청 · 꿀 또는 조청을 섞어 반죽하여 만든 것이다.
검은깨다식은 검은깨를 살짝 볶아서 가루로 만든다.
그 다음에 기름이 나오도록 오래 찧은 것을 꿀 또는 조청으로
반죽하여 만든 것이다.
잡과다식은 밤 가루에 대추와 곶감을 찧은 것을 함께 섞어 다식판에 박아 만든다.
이밖에 콩가루 · 녹말가루 · 용안육을 이용한 다식도 있다.
다식은 표면에 壽(수) · 福(복) · 康(강) · 寧(영) 또는 卍자문양 · 꽃문양 등이 음각된
다식판에 박아 만든다.
다식판은 길이 30∼60㎝, 너비 5∼6㎝, 두께 2∼3㎝의 크기로 상하 두 쪽으로 나누어진다.
다식을 박을 때에는 위판을 올려 괴고 구멍에 반죽을 넣어 눌러 찍으면 표면에 여러 모양이 새겨진 둥글납작한 다식이 만들어진다.
제상이나 잔치용 큰상을 괼 때에는 각색 다식으로 글자와 나선문양을 만들면서 괴어 담는다.
제례에는 검은깨다식 · 송화다식 · 쌀다식 등을 쓴다.
혼례의 큰상에 노란 송화다식, 파란 콩다식,
누런 쌀다식, 까만 검은깨다식, 분홍빛 녹말다식을 섞어 괴면 매우 화려한 모양이 된다.
참고문헌
『한국식품사연구』(윤서석, 신광출판사, 1974)
『고려이전한국식생활사연구』(이성우, 향문사, 1978)
차 마시러 갔다가, 술 마시고 온 이야기? 1920년대 뉴욕 비밀 찻집
찻집은 언제나 조용한 공간이었을까?
1920년대 미국에서는 오히려 ‘찻집’이 가장 시끄럽고 은밀한 장소였다.
1920년대 금주법기의 은밀한 티 살롱(Tea Salon) 스피크이지
1922년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차 살롱 ‘Red Head’ 그 곳은 낮에는 일반 찻집이었지만
밤에는 스피크이지로 변신하여 칵테일을 찻잔에 담아 제공했다.
1920년대 금주법(Prohibition) 실시 이후 뉴욕·보스턴·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 숨어 있는 비밀 술집들이 속속 등장했다.
특히 낮에는 고요한 찻집으로 영업하다 밤이 되면 비밀 문 뒤에서 몰래 술을 팔던 사례가 유명하다.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서는 블랙 패럿(Black Parrot), 블루 버드(Blue Bird), 위치 캣(Witch Cat) 같은 보헤미안풍 찻집들이 주요 단속 대상이 되었고, 볼티모어의 뮬랑루즈, 뉴저지 롱브랜치의 웰컴 티룸, 로스앤젤레스 윌셔 지구의 레이디
앤 캐번디시 티룸 등 부유한 지역의 찻집에서도 주류 판매가 확인되었다.
비밀 술집 대표적 사례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는 일반적인 찻집으로 위장한 비밀 술집, 즉 ‘스피크이지’가
다수 등장했다.
특히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던 「레드 헤드(Red Head)」는 1922년 개업 후 낮에는 평범한 찻집으로 운영되었지만, 밤이 되면 Jack Kriendler와 Charlie Berns라는 두 주인이 몰래 칵테일을 찻잔에 담아 손님에게 제공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 찻집은 1929년 경찰의 급습으로 내부가 심하게 파괴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메이 요흐(May Yohe), 1926년경. 한때 뮤지컬 스타였던 그녀는 ‘블루 다이아몬드’ 찻집의 운영자로서 금주법 시절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또 뉴햄프셔주 마로우 지역에서는 한때 뮤지컬 배우로 인기를 끌었던 메이 요흐(May
Yohe)가 「블루 다이아몬드(The Blue Diamond)」라는 찻집을 운영했는데, 1926년 불법적인 주류 판매가 적발된 뒤 그 명성을 잃었다.
뉴저지주 스카치플레인스에 있던 「처니 코너(Chimney Corner)」는 1920년대 평범한
찻집으로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술을 몰래 팔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1921년 주인 두 명이 경찰에 체포된 지 며칠 만에 가게가 화재로 소실되었고, 이는 경찰 단속을 피해 증거를 없애기 위한 고의적인 사건이라는 추측도 있다.
더욱 기이한 사례도 존재한다.
뉴저지주 포터스 근처의 「삼각형 티룸(Triangle Tea Room)」은 경찰의 급습 당시 차를 마시는 손님이 전혀 없었고, 벽면의 비밀 스위치를 작동시키자 숨겨진 벽이 열리면서 불법적으로 술과 유흥을 즐기던 충격적인 현장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볼티모어의 뮬랑루즈(Moulin Rouge), 뉴저지 롱브랜치의 웰컴 티룸(Welcome
Tea Room), 로스앤젤레스의 레이디 앤(Lady Ann) 등 다수의 보헤미안풍 찻집들이 금주법 단속을 피해 오후 늦은 시간부터 밤사이 은밀히 술을 판매한 사례가 신문과 잡지를 통해 기록으로 남았다.
특히 1923년 뉴저지에서는 한 찻집 주인이 불법 주류 판매 혐의로 1,000달러의 벌금을 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당시 미국 곳곳에서 ‘티룸’이라는 간판 뒤에 숨겨진 비밀 술집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금주법 시대의 독특한 역사로 생생히 전해지고 있다.
운영 방식
1920년대 스피크이지 내부 모습으로, 당시 찻집을
위장한 비밀 술집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낮에는 티룸으로 평화롭게 보이던 이곳은, 어두워지면 천장 조명과 가구를 바꾸거나
벽판을 밀어 열고 비밀 공간을 드러냈다.
손님에게 주문을 받으면 차주전자나 찻잔에 술을 섞어 제공했다.
이러한 연출 덕분에 경찰이나 통행인에게는 단지 여유로운 다과회처럼 보였다.
예를 들어 뉴욕의 한 스피크이지에서는 낮에는 차와 다과가, 밤에는 감춰진 진열장 속에 칵테일이 놓여 있었다는 증언도 남아 있다.
비슷한 사례로 뉴저지 차 살롱들은 지하실이나 뒤방에 비밀바를 설치하는가 하면, 술병을 찻주전자 속에 숨기기도 했다.
낮에는 찻집이었던 공간이 저녁이면 이렇게 전혀 다른 분위기의 술집으로 바뀌곤
했다.
경찰 단속과 적발 사례
192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스피크이지(비밀 술집)를
경찰이 급습한 현장을 담은 실사 사진이다.
당시 경찰관들이 바 테이블과 바닥에 흩어진 증거를 조사하며 주류를 압수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다.
금주법 집행국(당시 재무부의 관할)과 지역 경찰은 몰래 정보를 모아 스피크이지를
급습했다.
예를 들어 1929년 새해 전야에 뉴욕 그리니치빌리지 91 크리스토퍼가에 있던 ‘레드 헤드’ 술집은 경찰에 의해 내부가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신문 기록이 남아 있다.
1930년대에는 경찰이 롱비치의 주택을 압수 수색해 약 2만 달러어치의 밀주를 발견하기도 했다.
단속 과정에서 술병은 증거로 몰수된 뒤 파괴되었고, 업주들은 벌금형이나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뉴저지 찻집 주인의 벌금형 사례 외에도, 적발 직후 처니 코너 찻집이 불에 타는 등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심지어 삼각형 티룸의 사례처럼 수사가
엽기적으로 진행된 일화도 있었다.
당시 신문 보도에는 급습 작전, 압수 물품, 그리고 때론 체포 과정에서의 소란스런 현장 상황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금주법 시대에 등장한 차 살롱 형태의 스피크이지들은 낮에는 일상적인 찻집으로
보이다가 밤에는 은밀히 술을 제공했던 독특한 사례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당대 신문과 문헌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당시 사람들의 지혜와 풍자를 느끼게 해 준다.
일부 손님들은 심지어 금주법을 조롱하는 표지판을 들고 기념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이 이미지는 1920년대 금주법 시절 실제 스피크이지
내부에서 손님들이 Farewell 18th Amendment(18차 수정 헌법 안녕)이라는 팻말을 들고 축배를 드는 장면을 담고 있는 흑백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Government기관이나 역사 관련 아카이브에서 유포된 것으로, 금주법 시대의 해방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진짜 현장 기록이다.
이처럼 당시 사람들은 엄격한 법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술
문화를 이어갔다.
1933년 금주법이 폐지된 뒤에는 이러한 비밀 찻집들도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신문 기사와 사진에 기록된 이들의 풍경은 오늘날까지 흥미로운 문화사 자료로 남아 있다.
영국의 티룸이 우아한 여유의 공간이었다면,
미국의 티살롱은 저항과 해방의 공간이었다.
차는 언제나 문화의 거울이다
참고문헌
《Savoring Gotham》 (NYC 푸드 히스토리 책)
Jan Whitaker, Restaurant-ing Through History 블로그
차를 오래 우릴수록 떫은 맛이 강해지는 이유
탄닌 구조
차를 마실 때 떫은 맛이 나는 이유는 주로 탄닌(Tannin)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탄닌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차의 떫은 맛을 주는 주요 화합물입니다.
우리가 차를 오래 우릴수록 탄닌 성분이 물에 더 많이 녹아 나오며 이로 인해 차의 맛이 떫고 쓰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차를 오래 우리면 떫은 맛이 더 강해지는지, 그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탄닌의 특성과 역할
탄닌은 차의 떫은 맛을 담당하는 주요 성분입니다.
차에는 녹차, 홍차,
우롱차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각 차의 종류마다 탄닌 농도가 다릅니다.
탄닌은 기본적으로 식물의 방어물질로 식물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물질입니다.
이 성분은 단백질과 결합하여 쓴맛과 떫은 맛을 만들어냅니다.
우림 시간이 길어지면 탄닌이 더 많이 추출된다?
맞습니다.
차를 우릴 때, 우린 시간이 길어지면 차의 성분이 물에 더
많이 녹아듭니다.
특히 탄닌은 뜨거운 물에 쉽게 용해되기 때문에 차를 오래 우리거나 뜨거운 물을 사용할수록 그 농도가 높아집니다.
이때 탄닌은 차의 맛을 떫고 쓴맛으로 변하게 만들며 그 결과 차가 덜 부드럽고 더 거칠게 느껴지게 됩니다.
온도가 높을수록 탄닌이 더 많이 추출된다?
맞습니다.
차를 우릴 때의 온도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차의 우림
온도가 높을수록 탄닌이 더 많이 추출됩니다.
예를 들어 녹차는 보통 80도에서 90도 사이의 물로 우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뜨거운 물로 우리면 탄닌이 과도하게 추출되어 떫은 맛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홍차나 우롱차는 상대적으로 더 뜨거운 물에서 우려도 됩니다.
차의 종류에 따른 탄닌 농도 차이
차의 종류에 따라서도 탄닌 농도가 다릅니다.
녹차는 특히 탄닌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우릴 시간이 길어질수록 떫은 맛이 더 강해집니다.
홍차와 우롱차도 탄닌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양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발효 과정을 거쳐 더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흑차나 백차는 발효 과정에서 탄닌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오래 우려도 비교적 부드러운 맛을 유지합니다.
떫은 맛을 줄이는 방법
차를 우릴 때 떫은 맛을 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림 시간 조절
차를 너무 오래 우리지 않도록 하고, 각 차에 맞는 적절한 우림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녹차는 12분 정도가 적당하며, 홍차는 35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온도 조절
너무 뜨거운 물로 차를 우릴 경우 탄닌이 많이 추출되므로 녹차는 80도 정도,
홍차는 90도 이상의 온도에서 우려야 합니다.
차의 양 조절
차를 너무 많이 넣으면 탄닌 농도가 높아져 떫은 맛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적절한 양을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를 오래 우릴수록 떫은 맛이 강해지는 이유는 탄닌이라는 성분이 차의
떫은 맛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탄닌은 차를 우릴 때 시간이 길어지면 물에 더 많이 추출되며 그 결과 차의 맛이 떫고 쓰게 됩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림 시간과 온도, 차의 양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의 종류에 맞는 적절한 우림 방법을 통해 각 차의 특유의 맛을 제대로 즐기며 떫은 맛을 피할 수 있습니다.
비가 와도, 나는 날아야 했다 - 도종환 <우기>
젖으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자기 방향을 잃지 않는 일. 그것이 우리가 배운 삶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비 속에서
어떤 날은 비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끝을 알 수 없게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마치 오래된 생각처럼 고요하게 스며든다.
기상청은 여느 때처럼 “비 소식이 있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하루를 무겁게 누르는 건,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만은 아니다.
그 아래에서 눅눅하게 퍼지는 감정의 결,
말없이 번지는 마음의 습도 같은 것들이다.
천천히, 젖는 삶을 건넌다는 것
회색빛 하늘 아래, 사람들은 각자의 걸음을 옮긴다.
바삐 걷는 듯 보이지만, 어깨에는 말없이 내린 시간이 고요히 스며 있다.
스쳐 가는 눈빛들엔 설명되지 않은 무게가 담겨 있고,
마음은 어느 순간부터 젖어 있었다는 걸
누군가 다정히 묻기 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날, 한 문장이 문득 내 안에서 날개를 폈다.
“새 한 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짧고 고요한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긴 삶의 감정이 접혀 있었다.
나는 오래도록 그 문장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비가 와야 비로소 그것이 살아 움직인다는 걸
그날에서야 깨달았다.
날개를 접지 않는 존재에 대하여
비가 내려도, 새는 하늘을 향해 오른다.
깃털 하나하나가 물기를 머금고,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시야가 흐려져도
그 비행을 멈추지 않는다.
하던 것을 멈춘다는 건
어쩌면 자신을 잃는 일이라는 걸 아는 듯이.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포기가 아니라 쉼이라는 것을
새는 알고 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대신,
그 안을 통과하는 법을 선택한다.
삶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젖은 날개를 다시 펼쳐들고
눈앞에 놓인 하루를 건넜다.
말없이 이겨낸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을
우리 자신으로 살아내려 애썼던가.
무거운 하늘 아래, 우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세상은 늘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하늘은 언제든 다시 쏟아질 듯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하늘 아래서도 우리는
매일의 발걸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주저앉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언젠가 맑아질 것’이라는
그 막연하고도 단단한 믿음 하나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 믿음은 희망이라 부르기엔 너무 조용했고,
의지라 하기엔 너무 유약했지만
분명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가장 솔직한 감정이었다.
우리는 절망을 넘어서려 애쓰기보단,
그 곁을 조용히 지나쳐왔다.
비에 젖고, 마음이 흔들리는 날들이 많았지만
그 모든 날들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워왔다.
젖으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삶
우리는 알게 되었다.
비를 피할 수 없다면, 그 안을 통과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살아간다는 건
빗방울 하나 묻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 아니라,
젖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의 방향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걸.
우리를 무너뜨린 건 비가 아니었다.
그 안에서 길을 잃는 마음,
스스로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는 다만 작게 속삭이며 버텨왔다.
이 비가 끝나고 나면
어디선가 하늘은 다시 열릴 거라고.
한국인의 삶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 코리아니즘
by 손재권
[집중분석]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신드롬
케데헌은 코리아니즘의 결정판. 한국의 정서, 전통, 리액션, 감정의 결을 창작의 중심에 둬야.
이를 글로벌 대중문화(영어, 팝뮤직,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의 언어로 풀어내는 문화적 세계관
지난 30년간 서구 문화의 충실한 학습자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부상 의미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KDH)'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애니메이션 속에 익숙한 서울의 풍경이 나오고 한국인들의 생활 양식과 음식이 그대로 나오는가 하면 익숙한 걸그룹 헌트릭스, 누가봐도 '저승사자' 컨셉의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남돌(사자보이스), 우리 전통 민화에서 모티프를 딴 호랑이와 까치, 임금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한강이 보이는 실내 풍경과 주요 장면으로 나온 동숭동 낙산공원 성곽길, 컵라면까지 한국 문화가 한가득 들어간 '선물세트' 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6학년인 아이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었는데 제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럽지?"란 물음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입니다.
모든 것이 '한국적'인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만든 게 아닙니다.
미국 자본으로 미국에서 만든 미국 영화입니다.
스파이더맨을 만들며 특유의 미장센과 연출로 명작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반열에 오른 '소니 픽처스'에서 제작했고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 안방과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간 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메기 강 감독의 작품입니다.
케데헌은 공개 후 26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으며, 93개국에서 톱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OST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 8위로 데뷔, 올해 발매 사운드트랙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케데헌이 단순한 콘텐츠적인 성공을 넘어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스와 헌트릭스 (출처 :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새로운 한국영화 : 코리아니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감독한 한국계 메기 강 감독은 이 영화를 '한국영화'라고 규정합니다.
100% 미국 자본에 영어로 만들어져 있고 자신도 캐나다인이지만 내용과 본질은 한국과 한국인에 기반한다는 것입니다.
메기 강 감독은 “이 영화는 영어로 만들어졌지만 문화적으로는 100% 한국 영화예요. 영어로 만들었기에 더 자랑스럽습니다.
한국 문화가 그만큼 확장됐다는 뜻이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메기 강 감독은 이를두고 '코리아니즘(Koreanism)' 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코리아니즘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한국적 문양'이란 의미로 패션 분야에서 쓰이고 유대인이 '시오니즘'이 있듯, 한국인의 '코리아니즘'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특징을 말하기도 합니다.
메기 감독이 말하는 코리아니즘은 한국의 정서, 전통, 리액션, 감정의 결을 창작의 중심에 두고 이를 글로벌 대중문화(영어, 팝뮤직,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의 언어로 풀어내는 문화적 세계관입니다.
그는 메기인터뷰에서 코리아니즘에 대해 "최대한 한국식으로(as Korean as possible)"이라 말했습니다.
모든 창작의 출발점과 감정선, 디테일까지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설계하고 세계 각국의
언어, 즉 그들의 언어로 구현하는 창작 전략이었습니다.
그는 "우리 캐릭터들이 영어를 하지만 그 입 모양이나 이런 거를 애니메이터들이 우리 캐릭터들이 한국말을 하는 것처럼 입 모양을 그렇게 냈어요"라고 제작 후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한국인이 사는 것, 먹는 것처럼, 입는 것처럼 해야 팔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캐릭터의 리액션을 모두 한국인들이 평소 하던 스타일대로 그렸고 케이팝과 무속신앙을 결합시켰습니다.
또 민화, 전통 음식, 캐릭터의 제스처 등 디테일한 문화 요소를 현대 팝 장르와 연결. 전통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서사적 자산으로 해석했습니다.
메기 강 감독에게 코리아니즘은 단순히 한국적 요소를 넣는 것이 아니라 ① 영어로 제작돼도 본질적으로 한국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 ② 모든 디테일에서 한국적 감성과 방식을 구현하는 것 ③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정확한 표현을 추구하는 것 ④ 글로벌 언어(영어)를 통해 한국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외국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언어나 결제, 지도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어려운데 외국 관광객들은 '네이버 맵'을 다운받아보고 한국에서 구매한 교통카드 또는 다양한 경로로 확보한 선불카드 등으로 이제는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최대한 그들이 넷플릭스나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한국인처럼 생각하고 활동하려 노력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만 머물지 않고 플랫폼이 되려면, 결국 '산업'으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 등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면, 가장 한국적으로 만들되 형식은 글로벌하고 재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한국에서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지원해 왔는데 이제는 미국 애니메이션을 한국인의 내용으로 만들면, 그것도 한국 애니메이션인 것입니다.
[코리아니즘의 정의] ✅ 한국의 본질과 정체성 유지 (Essence Preservation) 1. 문화적 뿌리 보존: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미학적 특성을 훼손하지 않음 2. 정체성 견지: '한국적인 것'의 고유성을 포기하지 않음 3. 철학적 기반: 음양 조화, 공동체 정신, 정서적 연결 등 한국 문화의 근본 철학 보존 ✅ 현지화 언어 변환 (Localized Language Translation) 1. 문화적 번역: 같은 내용을 현지인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언어'로 재해석 2. 감성적 재포장: 현지 문화의 고급스러움이나 친숙함의 기준에 맞춘 표현 방식 채택 3. 맥락적 적응: 현지 사회의 문화적 맥락과 소비 행태에 맞는 형태로 재구성 ✅ 창조적 융합 (Creative Synthesis) 1. 제3의 카테고리 창조: 기존 분류를 넘어선 새로운 문화 장르 탄생 2. 혁신적 재해석: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 결합 3. 문화적 가교 역할: 서로 다른 문화권을 연결하는 교량 기능 |
K컬쳐 30년의 진화 : 모방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저는 지난 2012~2013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 2020년 기생충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등 4관왕 석권(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 영화의 작품상), 같은 해 BTS의 '다이나마이트' 빌보드 Hot 100 1위 등극(비영어권 아티스트 최초), 2021년 오징어게임 열풍에 이은 2022년 에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 석권(에미상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권 드라마가 주요 부문
수상), 같은 해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오영수) 수상 등을 미국에서 경험했습니다.
에미상 시상식 때는 LA 현장에 있었어요. 2024년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이어 2025년은 한국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작품상, 연출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는 기적을 연출해 냅니다.
미국의 주요 시상식 중 한국인이 주요 상을 수상하지 못한 이벤트는 '그래미상' 하나 남았습니다.
미국의 시상식이지만 미국 외 국가 중에는 이런 성취를 한 국가는 오직 한국뿐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이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고 말씀하셨는데, 후손들이 점차 이뤄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할 뿐입니다.
한국 문화는 이렇게 서구 문화의 모방자에서 글로벌 창조자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은 서구 문화의 충실한 학습자에서 글로벌 스탠드로 우뚝서게 된 기적과 같은 역사 입니다.
코리아니즘으로 본 K문화의 역사
✅ 서구 문화의 충실한 학습자 (1990년대-2000년대 초) : 한국 문화산업의 연습생기
1990년대 한국은 서구 문화(& 일본 문화)의 열렬한 학습자였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영화 제작법을 익히고, 팝송을 들으며 음악 트렌드를 따라잡으려 했습니다.
이 시기 한국 문화 콘텐츠의 키워드는 '벤치마킹'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모방은 아니었습니다.
서구 문화의 형식을 받아들이되 한국적 정서를 조금씩 가미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이 뭐길래'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미국 홈드라마의
형식을 차용했지만 한국 가족의 정서와 유머를 담아 시대적 드라마로 평가받았습니다.
서구의 성공 모델을 분석하고 학습하면서 우리만의 색깔을 조금씩 입혀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합니다.
이 시기 한국 문화는 아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2000년 NHK에서 방영된 '겨울연가'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습니다.
서구 로맨스 드라마의 문법을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것이 일본 중년 여성들에 호응을 얻어 '욘사마' 배용준에게 열광하는 모습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H.O.T., S.E.S 등 1세대 아이돌은 미국과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을 벤치마킹했지만 한국 특유의 칼군무와
팬덤 문화를 더해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오늘날 K팝 신드롬의 원형이 됩니다.
✅ 한국적 정체성의 확립 (2000년대 중반-2010년대) : 한류의 탄생
2005년, 한국 문화 콘텐츠에 '한류(韓流)'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한국 문화 상품이 일본을 넘어 중국으로 넘어가며 대륙을 쉽쓸자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인식됐습니다.
한국 문화가 서구 문화의 수동적 수용자에서 창조자로 변하는 시기입니다.
드라마 '대장금'이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방영되며 'K-드라마'라는 장르를 확립했습니다.
조선시대 궁중 의학과 요리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한국 전통문화의 깊이를 보여주며 차별화에 성공했죠.
이 시기 K-pop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진화했습니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로 이어지는 2세대 아이돌들은 기존 서구 팝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체계적인 연습생 시스템, 완벽한 안무와 비주얼, 강력한 팬덤 문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글로벌 소통 등 'K-pop 공식'이라 불리는 독자 모델을 완성시켰습니다.
2009년 원더걸스가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고 2011년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시기입니다.
한국 문화가 아시아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글로벌 콘텐츠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강남스타일'은 한국의 지역적 특색(강남)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습니다.
코리아니즘 전략의 원형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넷플릭스를 타고 세계로 (2010년대 후반-현재)
BTS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2019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하면서 한국 문화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이제 한국적인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입니다.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되, 그 본질은 훼손하지 않는 창조적 융합이 핵심이었습니다.
BTS의 'IDOL' 뮤직비디오에는 한국 전통 탈춤과 현대 댄스가 자연스럽게 결합됐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계층 갈등이라는 지극히 로컬한 소재를 보편적 인간 드라마로 승화시켰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넷플릭스를 필두로한 글로벌 자본이 한국 문화의 원형을 그대로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서구 시장에 맞춰 현지화에 매달렸다면 이제는 외국 자본이 한국적인 것을 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킹덤', '지옥'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한국적 스토리텔링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제 한국 문화가 현지화의 대상이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의 원류가 되는 순간입니다.
넷플릭스 등 외국 자본이 한국 문화의 원형을 보존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시기 K-pop과 K-드라마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꽃피기 시작했습니다.
K-뷰티는 10단계 스킨케어, 쿠션 파운데이션 등 한국만의 뷰티 문화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2023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미국이 19억 달러로 2위 수출국이 됐습니다.
K-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 한국 문화, 글로벌 스탠다드로 도약 (현재-미래)
한국 문화는 4단계 진화의 초입에 서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미국 자본과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내용은 철저히 한국적입니다.
저승사자가 K-pop 아이돌이 되고, 굿이 콘서트가 되는 상상력은 오직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현상은 '역방향 문화 전파'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한국이 서구 문화를 학습했다면 이제는 외국에서 한국 문화를 배우려 합니다.
한국 KBO 야구장에 외국인들이 즐기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어 학습자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듀오링고에 따르면 한국어는 2023년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이 학습되는 언어입니다.
K-pop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직접 배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4단계의 핵심은 문화적 소프트파워가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투자와 인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준오헤어가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8천억 원 규모의 매각 협상을 벌이는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필리핀 최대 외식기업 졸리비가 한국의 '컴포즈 커피'와 '노랑통닭'을 연이어 인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 브랜드 자체가 '알짜배기'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코리아니즘(Koreanism)을 경영 전략으로 확장하면 "형식은 글로벌하되 혼은 한국적으로"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미국 시장 진출 방법론이 됩니다.
한국적 본질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미국 시장의 언어와 시스템에 맞게 재해석하여 독특한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단순한 현지화를 넘어선 문화적 차별화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 전략입니다.
K푸드와 K뷰티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K푸드] 뉴욕 톱 스테이크 하우스, 꽃 COTE
뉴욕에서 최고 스테이크 하우스 중 하나인 한식당 '꽃 COTE'에서 CEO인 김시준(Simon Kim)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가 보는 K푸드 열풍의 이유와 함께 꽃의 성공 비결을 물었습니다.
K푸드의 전망도 물었죠.
김시준 대표의 꽃 COTE은 뉴욕에서도 예약하기 가장 어려운 레스토랑으로 꼽힙니다.
한식 갈비를 미국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김시준 대표의 꽃도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글로벌의 언어로... 코리아니즘'의 대표 사례입니다.
그는 “대한민국 문화는 대단해요. 현지화를 잘하면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라며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 사례로 '계란찜'을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계란찜을 ‘스팀드 에그(steamed egg)’ 대신 ‘세이보리 에그 수플레(savory egg soufflé)’로 재해석해 메뉴에 올렸습니다.
계란찜의 부풀어 오르는 것과 치즈 맛이 나는 식감이 마치 수플레 같아서 계란찜을 세이보리 수플레로 재정의한 것입니다.
김 대표는 "음식을 바꾸지 말고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바꿔야 해요. 그게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입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인가 고급스럽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한국 음식을 현지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포장하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고 말했습니다.
메기 강 대표가 케데헌을 성공시킨 비결과 일치합니다.
꽃 COTE을 창업한 김시준(Simon Kim) 대표. (출처 : COTE / 편집: 더밀크)
[K뷰티] 어떻게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나?
하형석 대표의 미미박스는 올 여름 두번째 K뷰티 브랜드를 ‘울타’에 론칭할 예정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울타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울타 임원진과 LA의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오는 7월 열리는 블랙핑크 콘서트를 가자고 제안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울타 임원진은 “K뷰티 브랜드의 론칭을 K팝 공연과 함께 기념할 수 있어서 무척 기대된다고 전했습니다.
울타 임원진은 본사가 있는 시카고에서 LA까지 자체 비용으로 비행기를 타고 방문할 예정입니다.
울타가 관리하는 브랜드 중에서도 작은 기업에 속하는 미미박스의 브랜드 론칭을 기념하기 위해 시카고에서 LA까지 날아와 K-뷰티와 K-팝을 동시에 경험하겠다는 것입니다.
10여년전만 해도 K뷰티는 미국 리테일러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찬밥 신세였는데 이제는 테크 투자자들까지 뷰티에 몰려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만나는 투자자들 마다 '뷰티' 얘기를 하고 미국에서는 'AI' 얘기를 합니다.
하 대표는 이 두 현상을 보며 "미국에 AI가 있다면 한국에는 뷰티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의 더밀크 기고입니다.
[K컨슈머] 어떻게 현지어로 바꿀 수 있을까?
코리아니즘은 창작(제작)의 기본은 '한국적'으로 그러나 형식은 '가장 글로벌하게'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지어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글로벌, 특히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살거나 '교포'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습니다.
김소형 스탠퍼드대 이노베이션 & 디자인 연구센터 (SCIDR) 센터장이 지난 2년간 'K컨슈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지켜보고 육성해 왔는데 김 센터장이 첫 번째로 강조한 건 ‘강력한 현지화된 브랜드’ 입니다.
현재 많은 한국의 K뷰티 브랜드들이 높은 매출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지 못한 채 ‘패스트 뷰티’라는 단기 소비 카테고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합니다.
K푸드 역시 개별 브랜드가 주목받기보다는 ‘트레이더 조 김밥’, ‘코스트코 김치’ 등 리테일 브랜드의 영향력이 더 큰 실정입니다.
김 센터장은 '한국식'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은 좋은데 형식도 '한국적'으로 하려는 회사가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 건너오려 하다 보니 '습관'을 버리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김 센터장은 스탠퍼드 내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벌써 3기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더밀크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코리아니즘을 구현하고 싶은 K컨슈머 기업들은 한번 지원해보세요.
디자인: 김현지
한국인의 혼과 삶이 세계적 콘텐츠가 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단순한 한류 콘텐츠가 아닙니다.
‘한국적인 세계관이 중심이 되는 콘텐츠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사건입니다.
코리아니즘은 K팝, K드라마, K뷰티의 다음 단계이자, K-이야기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코리아니즘은 21세기 글로벌화 시대에 한국이 찾아낸 독특한 문화 확산 메커니즘입니다.
'뿌리는 깊게, 가지는 넓게'라는 원칙 하에 한국 문화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지 문화와 조화롭게 융합하여 전혀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창조해 낼 것입니다.
또 한류 산업이 개별 스타 의존에서 IP 기반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한류 경제학의 구조적 진화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기존 한류가 '사람'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캐릭터'와 'IP'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문화 산업이 개별 스타의 '스타성'과 '변동성'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확보했음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K콘텐츠, K컨슈머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 단기적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AI 교과서에 갇힌 한국 교육 ... 미국은 대대적 'AI 교육 전환' 실험 중
by 권순우
(출처 : 그록 )
[현장 분석] 미국, AI 활용 교육 도입에 박차
오하이오, 유치원-고등학교 AI 활용 정책 수립 의무화 법안 통과
오픈AI, 미 최대 교원노조 AFT와 '전국AI교육 아카데미' 출범
트럼프 행정부도 행정명령 내고 AI 공교육 도입 속도
한국은 AI 교과서 논쟁에 갇혀 있어... 실질적 논의 시급
주(State) 내 모든 공립학교(유치원-고등학교)에서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한 정책을 내년 7월까지 수립하라.
오하이오 주정부
인공지능(AI) 기술이 미국의 공교육 환경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과거 노트북과 태블릿이 교실 한 켠을 차지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Gemini) 같은 생성 AI가 학생들의 학습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가 대표 사례다.
오하이오는 지난 6월 8일 주 내 모든 공립 K-12 학교(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서 AI 활용에 대한 정책을 내년 7월까지 수립하도록 의무화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 도구의 확산에 따른 교육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AI를 교육 혁신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에서도 선도적인 입법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여러 주가 교직원 및 학생의 AI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준의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지만, 실제 정책 수립을 의무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시 교육청의 크리스토퍼 록하트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지난 6월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AI는 다른 기술과 빠르게 융합하며 발전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경직된 기준은 오히려 교육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교육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워싱턴주의 켈소(Kelso) 지역 중·고등학교는 올해부터 구글 제미나이를 활용, 학생들이 조사 과제나 글쓰기 활동을 수행하도록 했다.
또 뉴저지주 뉴어크의 초등학교에선 칸아카데미의 AI가 학생의 수준에 맞는 학습 그룹을 자동으로 편성하고 수업 중에는 실시간으로 학생 질문에 응답하는 ‘AI 조교’ 역할을 맡고 있다.
조사나 글쓰기를 넘어 아예 수업 디자인과 보조 역할까지 AI에게 맡긴 확장 사례다.
대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CSU) 시스템은 46만 명의 학생에게 챗GPT 접근권을 제공하는 계약을 오픈AI와 체결했다.
약 1700만 달러(약 230억 원) 규모다.
주정부의 예산 삭감 속에서도 대학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명확하다.
코딩, 디지털 아트, 에세이 첨삭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실질적인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출처 : 김기림, DALL·E 3)
오픈AI, 미 최대 교원노조 AFT와 '전국AI교육 아카데미' 출범
AI를 공교육에 도입하려는 기술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최근 교사들에게 AI 활용법을 교육하는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에 수백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기술 보급을 넘어 교실 운영 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칸아카데미, 구글, 애플 등 주요 기술 기업들도 앞다퉈 ‘AI 교실’ 솔루션을 개발하고 학교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오픈AI의 행보가 가장 두드러진다.
오픈AI는 지난 6월 미국교사연맹(AFT)과 함께 ‘전국 AI 교육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for AI Instruction)’를 출범했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40만 명에 달하는 교사들과 함께 학교 내 인공지능(AI)의 미래를 함께 설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교사연맹은 전미교육자 협회(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 NEA)와 함께 미국의 양대 교원노조로 꼽힌다.
NEA에는 평교사와 교육장·교장 등 교육행정가, 학교 직원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AFT는 초·중·고 교사만 정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전국 AI 교육 아카데미’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의 40만 명 이상의 교사들이 실질적인 AI 활용 역량(AI fluency)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활용 역량강화 교육 내용은
① 워크숍, 온라인 강의, 실습 중심의 교육 세션
② 교육 격차가 큰 지역의 학교들을 우선 대상으로 삼아 AI의 실질적인 혜택과 접근성 확대
③ 뉴욕시에 대표 캠퍼스를 개설, 전국적으로 프로그램 확산 등이다.
오픈AI의 지원을 통해 교육자 및 교육 콘텐츠 개발자들은 교육을 위한 오픈AI 기술 및 향후 개발될 도구에 우선 접근권 제공받게 되며 교실 맞춤형 AI 도구를 만들 수 있도록 토큰 및 API 크레딧 지원받는다.
여기에 아카데미 학습 플랫폼과 각 학교의 학습 시스템에 AI 도구를 통합할 수 있는 기술 지원을 제공받게 된다.
크리스 레한 오픈AI 최고 글로벌 담당자는 AI를 '네 번째 R'이라고 표현했다.
읽기, 쓰기, 산수와 함께 AI 활용 능력이 기본 교육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구식 교육의 기초는 오랫동안 읽기, 쓰기, 산수 등을 뜻하는 3Rs (Reading, wRiting, aRithmetic)로 인식됐는데 여기에 오픈AI는 네번째 R로 AI(인공지능 활용 능력)를 추가해 미래 교육의 기본 소양이 되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5년 6월 10일 랜디 와인가튼 AFT 회장(가운데)이 샘 알트먼 오픈AI CEO와 ‘전국 AI 교육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for AI Instruction)’ 출범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출처 : 오픈AI)
트럼프 행정부도 AI 교육기관 도입 속도... 행정명령 내고 "가이드라인 마련하라" 조치
이같은 변화는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간과 정부의 공통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AI가 모든 산업과 경제 시스템을 바꾸고 심지어는 '대학 졸업장도 필요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공교육 시스템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전 학년 교육 과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과 관련, "미국이 기술 패권을 놓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AI 교육 태스크포스’가 구성됐으며, 7월까지 교육 현장에서 AI 활용을 장려하기 위한 전국적 실행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 주의 교육기관을 위한 연방 차원의 AI 리소스 목록이 마련될 예정이며,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AI 교육 자원을 제공하기 위한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7월까지 마련해야 한다.
백악관은 이 명령이 “모든 미국인이 교육의 초기 단계부터 AI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필라델피아 등 미국 주요 도시 학군이 K-12(유치원~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챗봇을 도입하는 움직임과 맞물려 발표됐다.
존 베일리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에듀케이션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AI 경쟁력 확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관심사 중 하나라며, “최근 중국이 AI를 교육 시스템에 통합하려는 정책을 발표한 만큼, 미국이 이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연방 정부가 AI를 통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AI 문해력(AI literacy)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의 주요 대도시 학군은 이미 K-12(유치원부터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챗봇과 학습 도구를 교실에 도입하고 있다.
최근 갤럽(Gallup)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교사의 25% 이상이 AI 기반 학습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AI가 단순한 보조 수단을 넘어, 실제 교실 생태계를 바꾸는 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AI 도입의 명분은 분명하다.
학생 맞춤형 학습, 교사의 업무 경감, 그리고 미래 노동시장에 대비한 AI 활용 능력 배양 등이다.
지난 2023년 교육심리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AI는 학생의 수준에 맞춘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효과적(전통적 일괄형 피드백 대비 AI 기반 피드백은 학생 성취도에서 평균 0.23 표준편차 향상을 보였으며 특히 저성취 학생군에서 효과가 더 크다)일 수 있으며 유엔도 2021년 보고서에서
AI 챗봇을 24시간 개인 튜터로 활용 가능성을 제시(AI 챗봇이 교사가 부재한 시간대에 학생들에게 24시간 개인화된 학습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보완 도구로 잠재력이 크다고 제안)한 바 있다.
미국 공교육의 AI 문해력 밀어부치기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카네기 멜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AI 챗봇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조차 이를 우려스럽게 여겨 직원들에게 자주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학 교수들의 연구에서는 인기 AI 도구 3종이 법학 교재 요약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했으며 학습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그럴듯해 보이는 잘못된 정보를 생성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교육계에서는 더 근본적인 우려를 제기한다.
기업들이 학교와 교원 노조와의 AI 거래를 통해 학생들을 평생 고객으로 만들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순수하게 교육적 목적이 아니라 젊은이들을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로 만들려는 기업의 장기 투자라는 분석이다.
이들 기업은 인터넷에서 무단으로 수집한 텍스트로 AI 모델을 훈련시키면서도 창작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출처 : 백악관 X)
AI 교실, 멈출 수 없는 흐름… 미국은 실험 중, 한국은 뒷걸음질
AI 활용 교육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한국은 이 분야에 앞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엔 AI 디지털 교과서 논쟁으로 AI 교육 전체가 갇혀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여야 정치권과 교육계, 민간 교육 업체들은 AI 교과서를 ‘교과서’로 인정할지, ‘교육자료’로 볼지에 대한 법적 지위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교과서 도입 논쟁은 단순히 교육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 형평성, 현장 수용성, 법적·윤리적 기준 등 복합적인 쟁점을 포함하고 있다.
혁신과 신중함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정책 설계와 현장 의견 반영, 충분한 준비와 검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신중함이 ‘정치적 공방’ 차원에 머무른다면 '타이밍'을 놓쳐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국가가 감당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시행을 통해 문제를 드러내고 논쟁을 거쳐 방향을 조정하는 ‘실험의 길’에 들어섰다.
AI 공교육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과 실행 속도다.
더 늦기 전에 교사 연수 체계를 정비하고 윤리와 안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단계적으로 AI를 공교육에 통합할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교실이 ‘AI 시대’를 따라가는 공간이 아닌, 주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할 시점이다.
기술 발전은 멈출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시행착오를 허용하면서도 책임 있게 제도와 기준을 정비해 나가는 것이다.
더밀크의 제언 : 'AI 교과서'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AI 교육'이라는 같은 숙제를 두고 한국과 미국은 처음부터 접근 방식이 달랐다.
지금 한국의 논쟁은 AI 디지털 교과서를 법적으로 교과서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형식적·법적 논점에 집중 돼 있지만 미국은 “AI가 교사의 역할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학생의 사고 능력과 정서 발달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라는 실질적 교육 철학과 현장 효과성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 중인 것이 다르다.
미국은 수많은 실패와 논란을 실제 시행 과정에서 발견하고 정책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일괄 적용하기 보다 '주' 차원에서 먼저 접근했다.
실제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시 교육청의 크리스토퍼 록하트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우리는 이제 AI라는 마법을 다시 병 속에 가둘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앞으로 AI는 경쟁력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AI 공교육 도입에 따른 우려가 존재함에도,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반면 한국은 완벽한 제도 설계 전엔 도입 불가라는 ‘선-제도, 후-실행’ 프레임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또 미국은 ‘AI 교과서’라는 도구(툴)보다 ‘AI 교실 설계’과 AI를 가르치는 '교사'에 초점을 맞췄다.
아동 발달 심리학, 데이터 프라이버시, 알고리즘 투명성에 기반한 기준을 함께 마련했다.
한국에서도 AI 교과서를 처음부터 전국 단위가 아닌 지역 교육청 중심의 실험구 운영, 교사 자율 활용 사례 등을 통해 데이터 기반 정책 학습 시스템 마련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의 팻 용프라딧 최고교육책임자도 “AI 문해력은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방법’을 넘어, AI와의 창의적 협업, 효과적인 관리, 책임 있는 설계 역량까지 포함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고품질의 교사 연수라고 강조했다.
AI 교육의 미래는 법 조항이 아니라 실제 교실의 변화에서 결정된다.
특히 '추격형 인재'보다 'AI 선도형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한국의 중등 교육은 학생들이 AI 시대의 소비자가 아니라 설계자가 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교육 실험 능력과 빠른 정책 적용 역량을 갖춘 나라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 논쟁의 소모가 아니라 현장 중심의 실행력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