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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입니다.
본격적인 한 해의 시작이라고 해야 할까요. 1~2월이 전년에서 올해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녔다면 3월부터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 시기입니다.
새해 계획을 세웠다면 3월부터는 꼭 지켜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런 3월의 첫째 주, 어떠한 주제로 레터를 쓸지 고민하다 ‘따듯한’ 내용을 소개해 드리려고 마음 먹었어요.
우연히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동안 제가 이해하던 유전자의 개념, 즉 ‘이기적인 유전자’와 대비되는 내용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미국, 한국 가릴 것 없이 극단으로 치닫는 요즘. 서로를 생각하자는 의미(?)로 공감하는 유전자에 대한 ‘썰’을 풀어 보겠습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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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지수
- 이기적인 유전자
- 공감하는 유전자
- 미라클레터, 새 필진을 소개합니다
- 유전자에 새겨진 '공감'
- 모닝브리핑
※ 볼딕 단어나 밑줄 단어에는, URL이 포함돼 있습니다. 클릭하면 세부 내용이 연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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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록이 그림 하나는 끝내주게 만들어주는 듯 합니다 [그림=그록] 이기적인 유전자 너무도 유명한 책이죠.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1976년 쓴 ‘이기적 유전자’는 잘 알려진 책입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 짧게 정리해 볼게요. 태초에 분자가 생겨납니다. 어느 순간 이 분자는 자기 복제를 하면서 수를 불려 나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등장해 다양한 분자들이 생겨납니다. 이들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수를 늘려라.” 분자들은 하나의 성벽을 만들게 되는데 바로 ‘세포’입니다. 세포의 목표 역시 같습니다. 수를 늘려라. 이 목표를 위해 자신을 옮길 수 있는 ‘기계’를 만듭니다. 그 기계가 바로 생명체입니다. 인간을 포함해서요. 결국 우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복제해 그 수를 늘리려는 유전자의 운반책에 불과한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도킨스는 생명체가 보이는 ‘이타적인 행위’도 이기적인 유전자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흔한 예가 바로 ‘벌’인데요. 벌은 외부 침입자를 만나면 ‘침’을 쏩니다. 침을 쏘면 내장까지 침을 따라 나오는 만큼 자신은 목숨을 잃게 돼요. 이러한 이타적 행위는 자신에게는 독이 될 수 있지만 같은 개체의 생존을 돕습니다. 이는 곧 벌이 가진 유전자를 존속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줍니다. 악어가 이빨에 껸 때를 제거해주는 악어새를 먹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있어요. 내 유전자를 남기는 데 도움이 되니까. 부모는 자기 자식을 왜 사랑하고 아낄까요. 이러한 행위 역시 유전자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기적 행동입니다. 친척 조카보다 내 새끼를 더 좋아하는 이유? ‘내가 힘들게 낳았으니까?’ 아니요. 내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만 인간은 조금 다릅니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밈’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모방할 수 있는 생각이나 믿음을 뜻하는 밈은 유전자가 생물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것처럼 ‘문화적 정보’를 전달한다고 설명합니다. 멜로디나 유행, 발명품, 언어, 정치 체제 등 많은 것들이 밈의 예로 볼 수 있어요. 즉 인간이 남긴 이타성, 혹은 문화, 사상 이러한 것들은 이기적인 유전자와 관계없이 전파될 수 있다는 거죠. 나를 희생해 다른 사람(내 자식 말고)을 구하는 행위를 대표적인 ‘밈’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출간 이후 현대 과학은 물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과학의 대중화는 물론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기적 유전자의 개념을 응용한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행위를 단지 '이기적' 유전자로만 설명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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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유전자의 저자 요아힘 바우어 박사입니다. 신경과학자이자 정신과의사인 그는 사회적 소외, 연대 등이 인간에게 미치는 연구를 주로 해 왔다고 해요. 공감하는 유전자 공감하는 유전자는 ‘공감’이라는 제목이 알려주듯, 이기적 유전자를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책 표지에 아예 쓰여 있어요. “이기적 유전자는 틀렸다”라고 말이에요. 독일의 신경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요아힘 바우어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복제를 위한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생존기계’가 바로 ‘인간’이다 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해요. 그가 말하는 유전자는 단지 이기심으로 행동하지 않아요. 이보다는 인간의 '이타적' 행위가 오히려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책을 읽다가 정리해 놓은 몇 가지 흥미로운 연구 성과들을 소개해 볼게요. 일단 ‘위험 유전자 클럽’이란 게 있습니다. 이는 건강에 위협을 끼친다고 알려진 행위, 즉 흡연이나 음주, 스트레스 등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에요.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인간이 가진 ‘태도’가 이러한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책에 짧게 소개된 연구 논문을 직접 찾아봤는데요. 2013년 노스캘롤라이나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이에요. 연구진은 8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쾌락적 웰빙’과 ‘유다이모닉 웰빙’을 측정한 뒤 면역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합니다. 쾌락적 웰빙, 유다이모닉 웰빙은 심리학, 철학에서 인간의 행복을 말하는 두 가지 개념이라고 해요. 쾌락적 웰빙은 즐거움, 만족감 같은 행복입니다. 물질적인 행복, 이라고 해야 할까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 좋은 음악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 등을 뜻해요. 유다이모닉 웰빙은 삶의 의미, 목적을 추구하면서 내면적인 성취를 느끼는 데 초점을 둡니다. 자아실현, 개인의 성장 등을 추구하고 타인을 돕거나 사회에 이바지하는 행동이 포함된다고 해요. 공감하며 살면, 유전자는 건강해 실험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쾌락적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은 염증성 유전자 증가, 항체 생성 유전자 감소가, 반면에 유다이모닉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은 염증성 유전자 감소, 항체 생성 유전자 증가가 나타납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유전적 수준’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즉 단순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보다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의 유전자가 더 건강하다는 거죠. 논문이 나오고 비판이 잇따릅니다. 인과관계가 정확하게 입증된 것이 아니다, 미국 내 백인 중심의 표본으로 이루어졌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일반화 가능성이 제한됐다 등등. 연구진은 이러한 비판을 고려하면서 120여명이 넘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반복합니다. 결과는 같게 나왔어요. 이를 기반으로 ‘소셜 게노믹스’라는 새로운 분과가 탄생합니다. 즉, 우리가 사회적 존재로 더불어 사는 방식과 사고방식이 신체적 구조에 반영된다는 뜻입니다. 또다른 연구를 소개해 드릴게요.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연구진의 연구입니다. 미국에서 은퇴한 노인 108명을 대상으로 실험합니다. 모두 은퇴 후에 심각한 ‘고독’을 경험한 사람들이에요. 이들의 혈액을 통해 유전자 발현 정도를 조사한 뒤 유다이모닉 웰빙을 추구하는지 등을 조사했습니다. 노년기의 고독은 위험 유전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유다이모닉 태도가 내면화된 노인들은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상당한 보호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정리하면 고독이 증가할수록 위험 유전자가 활성화될 확률은 커집니다. 그런데 유다이모닉 태도가 내재화된 사람은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는 것이 발견되어요. 그리고 면역 관련 유전자는 활성화됐고요. 고독과 유다이모닉 태도를 동시에 분석한 결과 유다이모닉 태도가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컸습니다. 즉, 고독이 노년기의 질병 유전자를 악화시키지만 유다이모닉한 태도, 다시 말해 삶의 목적,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고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전자가 받은 부정적 영향이 상쇄된다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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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레터 새 필진을 소개합니다. 미라클레터에 새 필진이 추가됩니다. 이상덕, 이덕주, 저(원호섭), 이다솔 님 외에 매일경제 고민서 기자님이 새롭게 합류해요. 고민서 기자님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IT '통' 입니다. 미라클레터가 더욱 더 '딥'한 테크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고민서 기자님은 격주로 월요일마다 생생한 IT 소식을 비롯해 전자공학도의 눈으로 바라본 다양한 테크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에요. 이상덕 기자, 이덕주 특파원, 원호섭 기자, 고민서 기자, 그리고 이다솔 매니저는 앞으로 더욱 흥미롭고 유익한 소식을 전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매주 월수금, 오전 6시. 하루의 시작은 역시 미라클레터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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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이기심과 공감, 모두를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요. [그림=그록] 유전자에 새겨진 공감 인간의 생활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는 상당히 많습니다. ‘후성 유전학’이라는 연구가 대표적이에요. 후성 유전학이란 환경과 사회적인 자극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고지방식을 많이 먹은 남자의 식습관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고, 자식의 당뇨병 발현을 증가시킨다는 연구부터 홀로코스트를 겪은 부모의 경우 유전자 일부가 변형돼 이것이 대물림된다는 연구도 있어요. 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는 스트레스 장애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다시 공감으로 돌아와서, 인간의 유전자에 이미 이타심과 같은 공감능력이 내재되어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생후 14개월 영아들을 앞에 두고 성인이 물건을 집으려 합니다. 물건이 손에 닿지 않을 때, 영아들은 자발적으로 물건을 집어 건네줍니다. 언어도 완전치 않은 아기들이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돕는 행동을 보인 것은 공감과 친사회적인 행동이 이른 시기에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태어난 지 몇 시간 된 신생아가 다른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따라 우는 현상도 ‘정서적 공감의 원초적 형태’로 보는 시각이 있어요. 즉 인간에게는 타고난 공감 본능이 있다는 거죠. 이러한 공감 능력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유전자에 내재된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대인관계는 건강과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니까요. 이러한 행위 자체가 ‘나’에게도 유리함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거죠. 반대로 고립감, 외로움은 신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요(사회적 고립이 초래하는 조기 사망 위험은 하루에 담배를 몇 개비 피는 것보다 크다는 보고도 있어요). 이러한 연구들은 사회적 연결(공감)이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줍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의 유전자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는게 공감하는 유전자의 큰 줄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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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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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월 2만 달러 에이전트 출시? 오픈AI가 월 2만 달러 구독료를 내야 하는 AI에이전트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한화로 따지면 2800만원 정도 됩니다.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떠한 기능을 탑재했기에 이러한 구독료를 책정하려 하는 걸까요. 독일서 테슬라 판매 76% 급감 2월 테슬라 신규 차량 등록 대수가 독일에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고 해요. 같은 기간 전기차 전체 등록은 31%나 늘어났는데 말이에요. 이를 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독일 극우 정당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에릭 슈밋 “AGI 독점은 안보 위기” 에릭 슈밋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AI) 맨해튼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슈미트 CEO는 핵무기 개발을 하는 것처럼 각국이 초지능 개발 경쟁에 나서면, 각 국가들은 사이버공격을 통해 상대 국가의 개발을 막으려고 할 수 있고 이는 국제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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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이기적 유전자는 읽는 내내 ‘차가움’이 깔려있었습니다. 책 제목 자체가 그러하니까요. 반면 공감하는 유전자는 책 표지도 그렇고 따듯함이 느껴졌어요.
다만 저는 두 저자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공감하는 유전자의 저자 모두 “유전자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저 그렇게 새겨진 거죠.
두 책에서 말하는 유전자는 한 지점에서 만납니다. ‘인간’이에요.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만이 ‘밈’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창조자(유전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공감하는 유전자에서도 “인간 사회 자체가 단지 ‘자연선택설’로 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에는 협력, 희생, 공감이라는 유전자가 뿌리내려 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도킨스가 말하는 ‘밈’이 바로 ‘공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킨스는 밈이 '사회적'으로 전달된다고 했고, 바우어는 이것이 '유전자'로 전달된다고 본거죠. 어떻게 전달되던, 인간은 공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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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이, 아니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이 모든 시끄러운 소식에는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고요.
이렇게 시끄러운 이유가 우리 몸에 내재한 이기적인 유전자의 발동이 원인이라면 이제는 공감 유전자를 발동시킬 때가 아닌가 싶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함께 사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의 유전자는 건강합니다. 공감을 생각하는 순간, 갈등이 해결될 뿐 아니라 우리 몸도 건강해지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3월의 첫주, 공감을 생각하면서 이를 의미하는 점심을 드셔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 재료가 다채롭게 어우러진 비빔밥도 있을 수 있고요. 중국에서는 만두가 ‘단결과 화합’을 뜻한다고 해요. 서양식이 끌리신다면 사이좋게 나눠 먹을 수 있는 피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 해의 진정한 시작, 3월의 첫 주가 끝났습니다. 주말 푹 쉬시고, 다음 주부터 진정한 2025년을 공감하는 마음으로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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